이 책이 초판된 것은 1990년이었으며 증보개정판이 1995년에 나왔습니다. 이 책은 1970년대부터 1995년까지 일본의 장애인들의 운동과 생활, 특히 자립생활과 자립생활운동에 대해서 조사한 내용을 기술, 고찰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장애인운동에 관해 기록한 책이 없었습니다. 장애인운동과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나 잡지가 몇 권 있었을 뿐이고, 저희들도 그것을 읽고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사회복지학에 관련한 책에는 이런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뿐더러, 또한 이런 내용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이 책을 출판하게 된 하나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원래 일본에는 ‘장애학’이라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나가세 오사무 교수(長瀬修-현재 동경대학 교수)가 네덜란드의 어느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 제게 이 ‘생의 기법’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귀국 후에 저를 만나러 왔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출판의 기획이 시작되었으며, 그 기획을 위한 메일링이 1997년 여름에 시작되었습니다. 그 메일링리스트는 그 후에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게 되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임에서 저술한 책이 1999년에 일본에서 출판되고, 2009년 9월에 경기대학교 조원일 교수님에 의해서 한국어로
번역 출판된, ‘장애학에의 초대-사회, 문화, 디스어빌리티’(石川准・長瀬修編)였습니다. 이어서 2003년에 장애학회가 설립되었습니다. 이 책은 장애학이라고 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 이후에 간행된 논문이나 저서들에서 장애학의 선구적인 책으로 소개되며 자주 언급되어 왔습니다
이 책의 초판이 발행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이번에 번역해주신 증보개정판으로부터도 15년이나 지났습니다. 그 기간 동안 일본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 사이의 일들을 정리한 책이나 기록물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실의 파악, 정리는 연구자의 최소한의 사명입니다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그 사이의 내용을 여러분들께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저희들의 미력함 탓이므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들의 것을 포함해서, 몇 가지 관계된 문헌과 저서는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앞으로도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적어도 이 15년간의 정책과 운동의 흐름에 대해서는, 여유가 없는 저희들이 아닐지라도 누군가가 정리해서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교토에 있는 릿츠메이칸(立命館)대학 대학원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일본 문부과학성이 선정, 자금을 제공하는 글로벌 COE(탁월한 연구거점)의 프로그램인 ‘생존학창성거점-장노병이(障老病異)와 함께 살아가는 세계의 창조’의 거점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번역자인 정희경씨는 이 연구과의 대학원 박사과정에 수학하고 있으며, 거점의 멤버이기도 합니다.
저자들이 그 후 무엇을 해왔는가에 대해서는, ‘생존학창성거점’의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한국 홈페이지(http://www.arsvi.com/a/index-k.htm)와 영어 홈페이지 (="http://www.arsvi.com/a/index.htm">http://www.arsvi.com/a/index.htm)를 충실히 업데이트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된 메일 매거진도 발간했습니다. 이 책에 기록하지 못한 현재까지의 내용들에 관해서 ― 특히 제도와 운동에 관해서는 ― 가능한 한 이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정보를 제공해 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한국으로부터의 정보제공 역시 환영합니다.
우리들은 과감하게 투쟁해 왔고,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획득해 왔던 한국의 장애인운동과 그 운동에 관련해 오신 분들을 존경하며, 배우고 싶습니다. 이미 한국과 일본의 장애인들, 그리고 장애인운동은 서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왔습니다. 저자의 한 사람인 아사카 유호씨도 한국의 여러분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자들은 그 당사자들보다 교류가 늦어서 2008년에 들어서 겨우 시작했으며, 위에서 언급한 ‘생존학창성거점’의 활동이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저희 생존학창성거점의 교직원들과 대학원생들이 한국의 연구자와 운동가들과의 사이에서 논의를 시작했으며, 최근 2년간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정희경씨의 뒤를 이어 계속해서 유학생들도 입학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의 학회나 연구모임에서 발표하는 건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토론하고 논의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책이 조금이라고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우리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행복한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