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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D의 문화인류학』

의료와 사회 북 가이드・35)

다테이와 신야(立岩 真也) 2004/02/25 『간호교육』45-02(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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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20151113


지금까지 이름이 달려 있지 않았던 다양한 상태가, AC라던가 ADHD라던가 하는 알파벳 뭐 뭐 라던가 약칭이 달린 장애, 병으로 등장한 것들이 있으며, 이에 대해 뭐든지 병으로 치부해 버린다며 비판적으로도 회자되기도 한다. 병이라 규정하는 게 좋을까, 그렇지 않은 편이 바람직한 것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두 쪽 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즉, 한편으론 그것이 병이라는 것, 심각한 것이라는 것이 인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하지만 그렇게 뭐든지 병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인가, 라 생각하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인가.
일단 먼저 허브 커친 외『정신장애는 만들어진다――MSD진단의 덫』(일본평론사)을 소개하고자 했었다. 이 책에는 정치계의 음모적 내막 비슷한 재미가 있다. 하지만 다음 회에 다루자. 이번 회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손에 잡히지 않아 방치해 버렸던 한 권의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은 매우 길다. 부분 부분을 조금씩 읽더라도 하염없다.「고통은 현실이다. PTSD도 현실이다. 다만 현재 PTSD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원한) 진리라 말할 수 있을까? 」(p.xviii)「새로운 개념 확장은 강렬한 공포・혼란을 체험 할 시에 환자에 의한 의식적인 통제가 없는 자동적인 증세와 같은 행동과 반복 행동 속에 기억이 은닉되어 있다는 사고방식에 따른 것이다. […] 이것은, 18세기라면 문자 그대로 생각해낼 수도 없는 사고방식이다.」(p.ix)알 듯 말 듯한 이러한 표현은 19세기 이후 의학에 대한 기술을 뒤쫓는 부분에서도 계속된다. 여기에서는 모두 생략하고 앞서 소개한 『정신질환은 만들어진다』 내용 중에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는 부분으로 넘어가버리도록 하자.
미국에서는 베트남 전쟁의 귀환 군인 중에 살아돌아 왔지만 잘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일본에도 공개된 몇 편의 영화에서 그러한 사람을 본 것도 같은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상태를 PTSD(외상후 심리스트레스)로서 미국 정신의학회 질병분류 매뉴얼인 MSD에 채택시키려는 운동이 벌어지고, 1980년에 실현된다. 그리고 귀환 군인에 대한 정신의료적인 대응에 대한 정부의 예산이 책정되고, 전문적인 의료기관이 생겼다. 이것이 역사적 경위인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운동을 배경으로 발생하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회적으로 구축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고뇌는 존재하며 따라서 사회운동도 일어났고, 그리고 겨우 실현된 것은 아닐까. 저자는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은 데,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

저자는 떠오르는 사건 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PTSD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이 예를 자주 든다)가 있으며, 현재(라던가 그 사건 이후 경과)가 과거(의 사건의 기억)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하지만 PTSD는 과거 사건이 현재 상태를 규정하고 있는 경우만을 상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사람이 안고 있는 상태의 심각함은 사건의 대소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한다. 동일한 상태를 경험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것을 고려치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점들에 대하여, 정신의학 측은 개인 간에 전제적으로 체질의 차이가 있다는 것, 즉 해당 사건에 앞서서 그러한 요인을 설정하는 것으로 설명된다고 하며, 과거 기억이 현재를 일방적으로 규정한다는 도식을 유지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지적은 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애매한 부분은 언제라도 있는 법이니까 일정부분은 별 수 없는 것은 아닐까. 강렬한 기억이 있어서 이로 인해 인생이 평탄치 않게 된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귀환 군인에게 좋은 것이라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아직 그러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러한 의문을 느끼면서도 이 책의 후반부, 제3부를 읽어간다. 그 이전 부분이 역사적, 이론적 기술임에 반하여 이 부분은 조직체제의 변경과 더불어 나중에 폐쇄되는 「국립전쟁관련 PTSD치료센터」(가칭)의 스탭에 의한 진단 회의나 그룹 요법의 현장에서 실제로 얻어낸 기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의의 기록에는 꽤나 부정확한 케이스도 PTSD라 인정되버리는 과정, 그렇게 되어 버린 현장의 구조가 기술되고 지적된다. 하지만 요법과 관련된 부분은 거의 해설이 첨부되어 있지 않고 환자나 의사들 사이에 나누어진 이야기에 대한 기록이 이어진다. 읽어 보면 그 곳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가 확실히 알게 된다고 저자는 말하며, 그 말은 사실이며 이 부분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기록을 계속 읽어나가는 것은 마음이 급한 사람에게는 약간 힘들다. 다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부분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담담한 기술 가운데, 때로는 이런 것을 「학술적인 책」――웰컴 의료인류학상을 수상하고 있다――으로 써도 괜찮을 까라고 생각될 부분도 서술되어 있다.
「그는 스타 환자이다. 홀연히 규칙이나 센터 단어들을 외우고 치료 이데올로기를 홀연히 실행한다」(p.347)라 그려진 마리온이라는 사람과 또 한명 로저라는 「환자」에 대해. 실제로 이 두 명의 담판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직접 읽어주는 수 박에 없다. 하지만 「외부인인 내가 말하자면 오리온과 로저가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불쾌하기 그지 없다. 집요함과 독실한 신자 행사를 하면서 뭐든지 일반론적이고 옳은 말만 하는 이 녀석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불쾌했다.」(p.351)
◇◇◇

저자는 반항적인 환자를 영웅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며, 환자를 피해자로서 묘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난폭한 인간이나 지긋지긋한 인간은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꽤나 폭력적이거나 또는 건강한 사람도 있어서 의료 종사자들이 대응하기란 참 곤란하겠구나라 동정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PTSD 진단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확실히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진단명은 병이기는 하지만 정신병은 아닌, 사회적 요인으로 발병한 가역적인 장애이며 정신질환은 아니다라 말해준다. 예전에는 정신분열증이라 진단받거나 오늘날까지 자신은 미친놈이 되어가고 있음에 틀림없다고 혼자 생각해버리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사상이다.」(p.306)이렇게 되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보상금을 정부로부터 받는데, 이건 때때로 큰 돈이 되기도 한다(p.308). 귀환 군인 사태를 개선하려는 운동이 있었고 실현되었다. 어디에도 악인은 없다. 그렇지만, 으로 시작되는 고통스러운 이야기가 제3부이다.
이 센터에는 정신분석의 흐름을 따르는 방법이 사용되었는데 문제는 정신분석 고유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심리적이라 하더라도, 이성적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예를 들어 어떤 사고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며 그 자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무엇인가 해 보려 할 때, 그것은 과거의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닌, 그 기억이 내재하고 있는 개인에 있다는 식이 된다. 공격적인 것도 무기력한 것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기억이라는 내재적인 것에서 유래한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지 못한 것, 관계 없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과거를 부정하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이것은, 자신의 내부에 있지만 자신이 부정할 수 없는 것으로 존재한다.
병원과 그 치료자에게, 그 치료는 꽤나 피로를 동반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 도식자체는 이미 존재하며 안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장에 들어오는 사람도 본인도 그 시설의 목적에 (일단은) 동의함으로써 그 시설에 들어오는 것이며, PDSD라 인정되는 한, 받아들여진다.
기억이 초래하는 것을 줄이려는 것이 과제가 된다. 적어도 그 사람에게 내재하고 있는 것인 한, 그 체험을 여러 사람이 불러 일으키고 이에 대치하게 하고 이로서 해결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된다. 그리고 또한 현재 그 사람이 안고 있는 다양한 곤란도 이 등식으로 설명되며, 역시 회수되고 만다. 「확실히 그들은 전쟁에 갈 수 없었던, 너무나 겁쟁이였던 녀석들로부터 불가촉천민처럼 취급당했으며, 그들을 베트남으로 보낸 기업가는 지금 그들을 「크레이지 베트남 베트콩」이라 험답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건 끝도 없다. 이러한 험답에 대해 임상적으로 올바른 답변은, 이것이 「병적 비난」(타자에 대한 책임 전가)이며, PTSD증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p.274)
그것은 사건을 확실히 경험하고 그리고 곤란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 또 그 경험에 대한 우리들의 대하는 방식으로서 좋은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 필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말하기 위해서는 PTSD라는 설명이 과학적이지 않다, 증명되지 않다는 비판만으로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그럴듯한 것이 있는 한, 잠정적인 설이라 하더라도 신중하게 사용하는 게 좋은 것이라 여겨지며 그걸로 끝나게 되버리기 때문이다. 잘못되지 않은 부분을 확실하게 담고 있는 진단과 치료에서 사람이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가, 그 함정, 구조를 그려내지 않으면 현 상황의 고통스러움은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고통스러운 상황은 과거와 현재의 인과관계의 이해를 변화시킴으로써 개선될 수 있는 부분과, 그렇게는 간단히 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에 틀림없다. 이 책에 서술되어 있는 내용들을 통해서 생각해야 할 점은 매우 많지만, 이를 전달하는 것에는 지면의 수가 부족하다. 다음 회에 다른 책을 소개하면서 이어가도록 한다.


[표지 사진을 게재한 책]

Young, Allan 1995 The Harmony of Illusions: Inventing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rinceton University Press=20010215 나카이 히사오(中井 久夫)・오츠키 야스요시(大月 康義)・시모지 아키모토(下地 明友)・다츠노 츠요시(辰野 剛)・나이토 아카네(内藤 あかね) 역,『PTSD의 의료인류학』,미스즈 서방,441+29p. ISBN:4-622-04118-9 7000 [amazon]kinokuniya ※ m.

■언급

◆다테이와 신야(立岩 真也) 2013 『조반유리――정신의료현대사로』,청토사(青土社) ※

*작성:임덕영(イム・ドクヨン)
 
UP: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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