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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웩슬러 가(家)의 선택』

의료와 사회 북 가이드・32)

다테이와 신야(立岩 真也) 2003/11/25 『간호교육』44-1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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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20150910


이 책의 저자는 헌팅턴 병이라는 이름의 병으로 모친을 떠나보낸 사람으로, 자신도 우성유전하는 이 병이 나타날 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병과 관련해서는 「일본 헌팅턴 병 네트워크」 홈페이지가 참고가 된다. 이 병을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뇌태의 선조체(striatum)에 있는 세포가 상실되어 증상이 발생한다. 보통은 중년기에 발병. 진행성. 주요 증상으로 인식력(사고, 판단, 기억)의 상실, 동작의 통제력 상실(불수의운동, 삼킴 곤란), 감정의 통제곤란(우울, 감정의 발작, 초조함 등), 발병한 이후 15년에서 20년 뒤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특정질환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신청자는 645명(2002년), 외국에서는 특히 백인이 많으며, 10만인 중 4명에서 10명의 비율이라 한다.
이 병은 「유전자 검사로 발병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으나 치료법은 없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의 전형적인 예로서, 또 가장 심각한 예로서, 언론에서도 다루어진 적이 있다. 그래서 직접적인 관계자 혹은 의료자가 아니더라도 알고 있는 경우도 있을 지 모른다.
이 책은 일단 그 유전자 검사를 가능하게, 그리고 간단하게 한 연구의 경과를 쫓는다. 동시에 이 병의 관계자의 한 사람이기도 한 저자가 자신과 관련된 것이나 자신의 가족에 관한 것을 기록한다. 그리고 양자에는 환자, 관계자이기 때문에 연구에도 관심이 간다는 것 이상의, 강한 관계가 있다.
저자의 모친이 해팅턴 병이라 진단된 것은, 그 이전에도 눈치채지 못했다고는 생각될 수 없으나, 1968년 52세의 일이었다. 앨리스와 낸시 자매는 그것을, 또 자신들도 이 병에 걸릴 확률이 절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모는 62년에 이혼하였는데 부친은 병명을 알게 된 후, 연구를 수행하는 「유전병재단」을 만들어 연구자를 스카웃하거나 연구를 촉진하는 활동을 한다. 심리학자가 된 여동생 낸시는 74년에 유전병 재단의 일에 관여하게 되었으며, 76년에는 정부의 특별위원회 총책임자에 취임. 베네주엘라의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많은 지역의 대규모 조사도 지휘하였다. 또 저자인 앨리스도 역사학을 전공하여 UCLA의 여성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재단 활동에도 종사해 왔다.
연구는 성과를 올렸으며, 지금까지의 경위를 정리하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것인데, 써나가는 과정에서 자신 그리고 가족에 대한 것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두 측면에서 쓰여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물론 이 주제와 자신과의 관계 때문에 자연스러운 진행방식이지만 개인적인 것을 「학문」에서 배제해야 된다는 법은 없다는 여성학의 주장에서 힘을 얻기도 했을 것이다.
◇◇◇
환자, 환자를 지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디에 힘을 쏟을 것인가, 그 방침은 하나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병 재단은 연구를 촉진하고 그 유전자를 멈추게 하는 데에 힘을 쏟는다. 민간 조직, 그리고 환자 조직이 단지 연구를 위한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도권을 쥐고 연구를 추진시켜 나가는 양상, 연구의 의의를 주장하고 그 주장을 통해 정부의 프로그램에 참가, 자금을 획득해가는 과정이 묘사되어 있으며, 이는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그 연구는 커다란 장벽에 부딪혀 정체의 시기를 거치면서도, 그러나 결국은 원만하게 해결되어 간다. 1983년 DNA마커(헌팅턴병 유전자에 근접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DNA덩어리)가 특정되었으며 이로부터 10년이 흐른 1993년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이런 것은 좋은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를 위한 활동을 포함하여 헌팅턴 병에 걸린 사람들의 활동을 1960년대 미국의 사회적 액티비즘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과가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선두에 서서 움직여 사태를 변화시켜 간다. 그 가운데 원인 규명과 치료법의 개발이 있다. 나도 그러한 장면에 놓여져 있다면 필시 그 활동에 가담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기부 등 민간 협력이 있다 하더라도, 정부의 지출이 있다 하더라도, 환자 측의 움직임이 있어 실현된 측면은 있으나, 이에 덧붙여 어찌되었던 「해명」「해결」의 방향으로 일이 진척되었으며, 그리고 이러한 것이 지금 병에 걸린 사람들의 상태를 없는 듯이 여기게 하는, 혹은 잠시동안 잊게 하는, 그러한 점들도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의 환자들에 대하여 『현대사상』(청사사)라는 잡지에 조금씩 글을 쓰고 11월에 일단 그 연재를 마쳤다. 여기에는 주제로서 다루지 않았으나, 그 병의 환자들에게 최대의 목표라 여겨지는 것은 원인 규명과 치료법의 발견이다. 이도 또한 완전히 당연한 것이다. 다만 이 책을 읽고 그 방법을 배우며 이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라고는 솔직히 말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그건 단순한 이유에서 인데, 가령 최상의 상태로 연구가 진행되어 그 원인을 알게 되더라도, 해결까지는 아직도 멀고 멀어, 그 동안에도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은 생존하고 있으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며, 또 여러 해야 할 일들이 있으나, 원인이나 치료법에 대한 기대 하에서 이러한 것들은 오히려 방치되어 버린 것이, 지금까지의 일본 현실 속에서도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결될때까지 임시변통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그 필요성은 오래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명」에만 편향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는 사회의 방향성에는 문제가 있지 않은 가. 이것이 마음이 걸린다.
물론 병의 해명도 환자의 생활도, 둘 다 추구해야 하며, 실제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환자들을 지원하는 운동은 그렇게 주장하며 활동해 오고 있다. 연구와 그 지원의 경위의 기술에 중점을 둔 이 책에는, 후자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자신과 모친에 대한 부분을 읽는 것 만으로도 이 병에 걸린 사람들, 그리고 그 생활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좀 전에 이 병이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서 제출된다고 서술하였다. 인격 황폐라던가 폐인라는 말을 들으면 덜컥 겁이 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이 병은 대수롭지 않다, 까지는 말할 수 없겠지만, 붕괴, 혹은 황폐라던가 라는 말로는 표현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ALS도 또한 극단적인 병이라 일컬어지며, 안락사가 정당화되는 경우로서 다루어질 때가 있다. 이에 대해서도 그렇겠다라 싶어,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하여 조사하고 글을 써온 것인데, 그 결과를 가장 간단히 요약하자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죽을 정도로 힘든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비슷한 것을 생각했다. 치료법은 없다. 그것은 충분히 고통스러운 것이며 이 증상이 자신에게도 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암울하게 된다. 그렇지만 당초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또 ALS도 동일하지만 발병하고 오랫동안 살 수 없다고 이야기되고 있으나, 이도 그 병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죽음이 초래되었다기 보다는, 쇠약이나 정신적 소모가 작용하였을 것이다. 자살하려는 생각이 강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게 이 병에 특유한 뇌의 변화가 동반되었기 때문일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언제나, 늘,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
그리고 실제 현재 상황은 불명, 그리고 해결의 사이에 있다. 유전자의 특정은 이루어졌고, 꽤 높은 확률로 발증전 진단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보다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그 사이의 시간, 그것은 의외로 길 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병에 걸린 것을 알고 있는 사람,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연구의 진전을 위해 분주하였던 부친은 딸들이 발병전검사를 받는 것에 대해 결사 반대하기도 하였다. 원래 가능성은 1/2라 하더라도, 나이를 먹었는데 발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대로 발병하지 않은 채 끝날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도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발병하지 않을 가능성은 절반보다는 높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1941년, 45년 태생인 두 명 모두 검사를 받지 않았다. 받지 않은 사람, 받은 사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검사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기술은 마지막 부분에 있다.
연구를 촉진하면서 발병전 진단은 받지 않는다는 태도는 모순된다고 생각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는 그렇게 불가사의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언젠가 치료법을 알 수 있기에는 연구가 더 진척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지금은 치료가능할 때가지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므로, 그렇다면 밝지 않은 미래가 있다면 지금은 나는 알고 싶지 않다, 라는 것 뿐이다.
또한 증상이 나타날 때 그 병이라 인식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나 지신에 대해 납득시키는 방식으로서 나쁘지는 않다. 심성이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뇌 세포의 문제라 여겨지게 하는 것이 낫다. 따라서 치료법을 찾으면서도 병에 걸린 사람이나 그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의 상태를, 그것은 병이어서 별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생활을 만들어 나가는 편이 나은 점도 있다. 동시에 발병할 지 안할지 모르는 사람은, 당장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알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것은 오히려 사전에 아는 편이 원래 더 바람직하다는 사고방식에 있다. 그리고 이에 이의를 제기할 때 「용기가 없는 게 아니다」라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p.355). 나는 용기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무서운 것을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그 핑계가 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은 아닐까.
따라서 몇 가지인가 서술되어 있지 않은 부분,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 부분이 남겨져 있고, 이 병, 그 주제에 대해서는 보다 좋은 책을 쓸 수 있음에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그 때 그 장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유일하게 파악할 수 있는, 하지만 그 때를 보내버리면 사실이 잊혀지게 되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기록이 다수의 사람들을 고민하게 하며 따라서 읽게 되버리는 책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책 중 한 권이다.


[표지 사진을 게재한 책]

◆Wexler, Alice 1995 Mapping Fate: A Memoir of Family, Risk and Genetic Research,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20030925 무토 카오리(武藤 香織)・누카가 요시오(額賀 淑郎) 역,『웩슬러 가(家)의 선택――유전자 진단과 마주하는 가족』,신조사(新潮社),361p. ISBN:4-10-543401-2 2730 [amazon][bk1] ※


*작성:임덕영(イム・ドクヨン)
UP:20031002 REV:20031008(오자수정)(koreanPage UP:20150910 R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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