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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노 아끼히로(杉野昭博)『장애학――이론형성과정』한국의여러분에게」



■저자:스기노 아끼로히로 杉野昭博
■역자:정희경 (鄭喜慶)

본문에도 썼습니다만 제가 이책을 출판하게 된 계기는 2003년에 일본에서 설립된 장애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전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였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2007년 출판 이래 장애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읽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독자들 가운데는 이 책을 번역한 정희경씨도 있었으며, 그 결과 이렇게 한국어로 번역 출판된다는 것은 기대 이상의 기쁨입니다.

여러분들께 잠깐 저의 연구 이력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1975년에 오사카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오사카지역에서 한창 절정이였던 [장애인해방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였습니다. 1969년에 절정에 다달았던 일본의 학생운동은 1970년대 후반에 종식되었고, 대학내에서 정치적인 분위기는 급속히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정치나 운동에 관심이 없었던 저는 전통음악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학생이였습니다. 1979년에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일본의 전통음악과 관련된 문화인류학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본 동북지방(東北地方)에서 무당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아즈사활-가래나무로 만든 활]을 사용한 일탄금(一弦琴-줄이 하나 있는 악기)이라고 하는 무속신앙(종교음악)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동북지방의 무당 대부분이 눈이 보이지 않은 사람들이였던 것에 영향을 받아, 일본 전통사회속에서 눈이 보이지 않은 사람들이 그 지역안에서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서로 공생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1979년에 일본에서 특수교육에 대한 의무교육이 실시되어, [모든 장애아동]들이 드디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정비되었습니다. 그러나 장애아동들은 일반학교가 아닌 특수학교로 분리되면서 자연스럽게 분리교육이라고 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장애인단체들은 이 분리교육에 반대를 했고 오사카 지역에서도 장애운동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연구조사를 위해서 동북지방(東北地方)의 농촌과 대학이 있는 오사카를 왕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도시지역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들 사이의 분리나 대립의 모양과 동북농촌지역에서 평화롭게 [공생]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차이에 대해서 소박한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러한 의문은 도시지역의 시각장애인들의 생활과 삶에 대한 관심으로 변해갔으며, 1982년에는 오사카부립(大阪府立)맹학교 사회과에 교원으로 교편을 잡게 되었습니다.
오사카부립(大阪府立) 맹학교는 일본의 맹학교중에서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중도실명자를 위한 [전공과]도 있어, 당시의 맹학교로서는 대규모의 학교였습니다. 특히 제가 속해 있었던 [理療科-이료과]는 안마, 침, 뜸의 자격취득을 목표로 하는 전문과정으로 교원의 대부분이 시각장애인 이였으며, 학생들 또한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연장자들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령초 저의 일은 [교사]이기 보다는 시각장애교원을 서포트하는 어시스던트와 중도실명 학생을 서포트 하는 것이였습니다. 그러나 저와 같은 젊은 동료교사들은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3년이 지난후에는 일반학교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역할에 불만이 없었기에 5년간 맹학교에서 근무하였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은 무당들에 대한 인터뷰 조사와 맹학교에서 경험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저의 기본적인 입장을 굳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멋지고 훌륭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보고 배워야 할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장애]로 인한 차별과 배제를 극복하면서 앞을 향해 전진해온 사람들이였기 때문에 [멋진]것이며 [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멋진]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모두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생각해 봤을때 장애인들의 삶은 인간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누구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한 전진하려고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1989년 영국의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대학원을 시작으로 20여년동안 장애인복지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만, 오랫동안의 연구를 통해서 얻은 결론이야 말로 이러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3년 일본에서는 시각장애가 있는 石川准이나 시청각장애인인 福島智등에 의해 설립된 장애학회에 저또한 처음부터 이사로서 참가하고 있었으며, 현재는 뇌성마비장애인인 旭洋一郎의 회장 밑에서 사무국장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학회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학회이며, 저에게는 소중한 학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회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한번도 고생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일년에 한번씩 있는 장애학회나 학회지의 발행을 기다려 주는 많은 회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학회들처럼 연구실적을 올리고 싶어서라든가 취직을 목적으로 하는 식으로 욕심을 가지고 장애학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저처럼 좋아서 참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로 보면 우리학회는 장애에 대해서 진지하게 배울려고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는 학회는 아닐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학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문적]이여야 한다는 장벽은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한 욕구에 우리 연구자들은 어느정도 부응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학회는 가능하면 [이해하기 쉬운 연구 발표][누구라도 참가가능한 학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사로서 이러한 학회의 운영방침에 적극 찬성하고 있으며, 저자신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책 『장애학-이론형성과 과정』은 누구나가 쉽게 읽을 많한 책은 아닙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장애학]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들이 영국이나 미국의 장애학에 대해서 극히 표면적인 부분만을 알고 있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했고,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장애학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출판 했습니다.

그러나 영국이나 미국의 장애학을 1권의 책으로 소개하기에는 너무 역부족했으며, 일본 장애학의 과제를 언급하는 것도 사실 곤란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의 원고 양은 400페이지 정도 였습니다만 교정하면서300페이지로 줄였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이러한 결점은 앞으로 꼭 한국의 장애학연구자 분들의 보충해주시길 바라며, 한국에서야 말로 [누구라도 접근가능한 장애학]서적들이 많이 출판되길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한국의 장애학 책이 일본에서 번역출판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기꺼이 번역 출판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신 출판사의 관계자분들 그리고 번역을 해 주신 정희경씨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영국 유학시절 학생기숙사에서 한국김치를 나누어 주던 동선씨에게도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2010년 10월 스기노 아키히로(杉野昭博)






*작성:鄭喜慶 (정희경)
UP:20101211 R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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