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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법 연구――장애인기본법 제정을 중심으로」

김동기, 이석구성현석 2013/03/22
가와바타 미키요시다 사치에이 욱 편 20130322 『장애학국제세미나2012――한국과 일본의 장애와 병을 둘러싼 논의』,생존학연구센터보고20,50-76pp.
[Japanese]

last update: 20131022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법 연구――장애인기본법 제정을 중심으로」

김동기(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석구(한국장애인재단 사무총장)
성현석(한국장애인연맹 홍보국장)


Ⅰ 서론

장애인문제에 대한 당사자의 자각과 장애인단체의 활동은 장애인과 관련된 법 제도 정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정부와 시민사회 또한 장애인의 문제를 사회문제로 수용하면서 장애인의 문제는 단순한 복지와 재활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국내적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국제적으로는 UN장애인권리협약이 제정되면서 장애인문제에 대한 인권적 접근은 큰 흐름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장애인문제는 여전히 지향과 비전,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장애인정책이 현안 중심의 단기처방에 그치고 있어 장애인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기긍정의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는 장애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며 여전히 의료적 모델에 머물러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장애인문제에 대한 지향과 비전 및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장애인권리 협약을 국내에서 이행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추진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권리협약의 목적과 내용이 국내에서 적용 및 구현되기 위해 필요한 국내법의 정비가 아직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장애인권리협약 비준과 맞물려 국내에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 및 시행됨으로써 장애인권리 협약의 국내 적용을 위한 일정부분 실효성 있는 수단이 마련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인 것 또한 사실이다.

즉, 장애인권리협약은 인권법으로서 복지법보다 훨씬 그 내용이 방대할뿐만 아니라 몇 개의 법들이 개별적으로 시행되는 것을 통해 국내에서 완전한 이행이 담보되는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위해선 장애인권리협약의 하위법률이자 국내 장애관련 법의 일반법적 성격을 지닌 가칭 ‘장애인기본법’과 같은 법률제정이 필요하다. 즉, 장애인권리협약에 담겨져 있는 목적과 내용을 국내 상황에 맞게 그 골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국내 장애관련 법의 방향과 내용을 유기적으로 통합 및 조정할 수 있는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연구는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적 이행을 위한 장애인기본법의 기본내용을 제안하고 국내 장애관련 법과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조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둘러싼 장애패러다임의 변화

‘장애패러다임의 변화’는 ‘장애를 보는 관점의 변화’로 정의할 수 있으며 최초의 장애패러다임은 ‘장애’를 개인의 비극으로 인식하는 ‘개인 비극론’으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개인 비극론’으로부터 출발한 ‘장애패러다임’(윤삼호, 2007)은, 1980년 WHO(World Health Organization: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ICIDH(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Impairments, Disabilities and Handicaps)를 통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으며, 1997년 6월 발표한 ICIDH-2(ICIDH beta-1 draft)와 2001년 5월 발표된 ICF(Internation Classification of Funtioning, Disability and Health)를 통한 변화의 과정을 거친 후, 2006년 UN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을 통해 ‘장애패러다임’은 ‘인권’으로 귀결되고 있다(한국장애인재단, 2012).

1980년 WHO는 ICIDH라는 개념의 틀을 통해 ‘장애’를 손상 (impairment), 능력 장애(disability), 사회적 분리(handicap)로 구분하여 정의했으며, 장애’의 원인을 개인적인 손상(impairment)에 두었다(장수호,2010). 즉,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이 능력 장애로 발전하고 능력 장애로 인해 결국 사회적 분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ICIDH 분류는 ‘의료모델’에 입각한 완전한 ‘재활패러다임’ 이었다. 즉, 장애인이 겪는 모든 사회적 분리의 책임은 장애인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물리적․문화적 장벽 또는 편견 등 사회적 장벽을, 장애인 개인이 의료적 재활을 통해 제거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장애’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재활을 통해 장애인들을 주류사회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완전한 ‘재활패러다임’이었다. ICIDH 분류에 대해 장애인당사자들과 당사자 단체들은, 손상, 능력 장애, 사회적 분리 간에 명확한 경계를 구분하기 곤란하며 손상 이외에도 능력 장애와 사회적 분리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 즉, ‘환경인자’와 ‘사회적 요인’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며 비판했다(윤삼호, 2007).

위와 같은 비판에 따라, WHO는 한 개인이 접하게 되는 ‘장애’를 손상, 활동(activity), 참여(participation)라는 3차원의 축을 이용해 설명한 ICIDH-2를 1997년 6월에 발표하였다(장수호, 2010). ICIDH-2는 장애에 대한 개념이나 분류에 있어 사회적 측면과 환경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ICIDH 분류에서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장애, 즉 외견상 손상은 없지만 분명히 우리 사회 안에서 차별당하고 사회참여에 제한을 받는 장애문제를 다루고자 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ICIDH2가 제시하는 장애개념 또한 사회‧환경적 요인을 조금 강조했을 뿐 ICIDH 분류와 실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었다. 즉, 활동제한(activities limitation)과 참여제약(participation restrict)의 원인을 개인의 손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장애인의 의료화’를지향하고 있으며, ’장애’ 문제에 있어 ‘환경적 요소’의 고려가 부족했던 것이다. 위와 같은 비판에 다라 WHO는 2001년 5월에 ‘장애’를 만들어내는 환경적 요인을 강조한 IDF를 발표했다(장수호, 2010). ICF는 인간의 기능 문제를 손상, 활동제한, 참여제약으로 분류하고 이 세 가지 영역 모두에서 또는 어느 한 영역에서 마주치는 어려움을 ‘장애(disability)’로 규정했다.

ICF는, 신체기능, 활동, 참여, 환경의 긍정적인 측면을 이해하고 측정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었으며, 중립적 언어를 사용하어 장애의 유형과 원인을 구별하지 않았다. 또한 ‘장애’를 ‘개인의 건강상태와 개인적‧환경적요인들로 구성된 상황요인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규정함으로써 ‘장애’를 단순히 개인이 가지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에 의해서만 설명하고 있지 않으며, 개인적인 손상이나 질병과 상황적 맥락(환경적 요소와 개별적 요소)과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기능’ ‘장애(disability)’를 설명했다(한국장애인재단, 2012).

ICF는 ‘장애’ 문제가 개인적․의료적 영향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장애’를 ‘개인의 건강상태와 환경적 요인들로 구성된 상황요인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규정함으로써 완전한 사회‧환경적 차원에서 ‘장애문제’를 접근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미흡했다.

한편, 2000년대 들어서면서 ‘장애’의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된다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2001부터 UN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2002년제1차 UN특별위원회에 이어 열린 2003년 6월 제2차 UN 특별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위한 기초단계로 working group의 설치를 결의하면서,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의 보장 및 증진을 위한 국제협약 제정의 첫걸음이 시작됐다(한국DPI, 2003).

UN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은, 그간 ‘장애인권리선언’, ‘장애인에 관한 세계행동계획’, ‘UN의 장애인의 기회평등에 관한 표준 규칙’ 등 소외계층의 하나인 장애인에 대해 각종 국제적인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권리가 그다지 개선되지 못했다는 현실적 문제점에 대해 국제사회가 인정하게 했으며, 이를 별도의 인권보장조약으로 성안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특히 UN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은, 장애인을 시혜적 보호 대상으로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향유하는 주체로서 인정하고 그 기본권 실현을 위한 국가 사회의 의무를 인정하게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UN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은 그 동안 각 나라마다 시차를 두고 진행되어 왔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의 변화, 장애인 인권의 증진,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최종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한국장애인재단, 2012).

요컨대, UN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은 장애의 문제는 사회통합의 문제이며 기본적 인권보장의 관점에서 국가사회가 장애인당사자의 주체적인삶의 실현을 위해 조치를 취하여야 할 문제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에 큰 역할을 했으며 ‘장애패러다임’을 ‘인권’으로 귀결시켰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장애관련법과 정책들을 UN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하여 ‘인권패러다임’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될 시기이다.

2. 장애인권리협약과 국내 장애관련법의 관계

일반적으로 개인의 법적생활은 국내법에 의하지만, 국제법도 개인의 법적 생활을 규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즉, 헌법 제6조 1항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제법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을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되었다고 하여 바로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또한 국제법이 국내법과의 관계에서 어떤 지위를 갖는가에 대한 견해도 분분하다. 조형석(2009)은 “국내법적 효력을 가진조약이라 하더라도 조약 또는 조약의 조항에 따라 직접집행(직접 적용) 될 수 있는 경우와 별도의 추가입법 조치가 요구되는 경우로 나뉠 수 있으며 … 이는 사법부의 판단으로 남아 있으며 대체로 자기집행력이 인정되는 경우는 1) 조약이 그 시행과 효력에 있어 별도의 국내적 집행행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 2) 조약이 명백하고 상세하게 규정되어 별도의 국내적 집행행위를 필요하지 않는 경3) 조약이 개인에게 권리 또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경우로 위 세 가지의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형석(2009)은 “장애인권리협약을 살펴보게 되면 장애인 권리협약은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조약은 아니다, 왜냐하면 항상 ‘당사국은 어떠한 의무가 있다.’ ‘당사국은 무엇 무엇을 촉진시켜야 한다.’ ‘당사국은 무엇을 보장해야 한다.’ ‘당사국은 무엇을 보장해야 한다.’ ‘당사국은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등으로 개인에게 권리 의무를 부여하기 보다는 당사국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 아마 법원은 동 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추가 입법조치를 요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정부는 조약의 비준이전에 국내법과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이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지를 검토하였고 그 결과 장애인권리협약 25조 e)항1)이 상법 732조2)에 상충되면서, 한국 정부가 25조 e)항에 대해 유보하면서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였다. 정부의 국가보고서3)에도 “상법 732조에 따라 정신 장애인의 장애정도와 관계없이 생명보험계약 체결이 불가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2008년 8월 상기 조항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고 밝히고 “동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한민국은 협약 제25조의 (e)의 유보철회를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혀, 국내법의 정비를 통해 권리협약 유보조항에 대한 국회비준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혀 권리협약 이행을 위해서는 국내법의 제・개정 등 추가적인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이 권리협약의 국내적용에 있어서의 방법과 절차적인 문제였다면, 장애인권리협약이 다른 법률들과 어떤 관계를 가는가에 대한 법적 지위의 문제가 있다. 헌법 제6조 1항)에서 밝힌 것처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으나 협약과 국내법이 상충될 경우 무엇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협약의 비준이전에 국내법과 상충되는 부분에 대해 사전 정비를 통해 문제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수 있지만 상법 732조와 협약 25조 e)항과 같이 명백하게 상충되는 문제의 경우 국내법의 제•개정의 절차를 밝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협약에 대한 해석과 이에 따른 적용에 문제에 있어 상법 732조 외에 권리협약과 상충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이 경우 권리협약과 국내법 가운데 무엇을 우선하여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중요하게 검토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에 대해 조형석(2009)은 “인권조약은 통상적인 조약과는 다른 특수한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여타의 조약과는 다른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즉, 국제법상의 인권규약들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단순한 국내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내용은 우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과 대체로 일치한다.”라고 밝히고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인권조약의 하나인 장애인권리협약은 우리 헌법의 해석원리의 하나로써 헌법을 해석할 때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권리협약이 국내법과 불일치 할 경우 국내법의 개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이행에 필요한 새로운 법률의 제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법률은 각 법의 제정취지와 목적이 있다. 헌법 6조 1항에서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한 것은 한국 또한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해 국내법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며 또한 이를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와 목적일 것이다. 이를 놓고 본다면 권리협약의 국내이행에 있어 직접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추가적인 입법조치들을 통해 이행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입법취지에 맞게 이를 어떻게 국내에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인권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모든 시민들이 누려야할 보편적인 권리로서 이를 존중하고 증진하며 보호해야할 의무를 각국 정부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또한 약속하는 것이 권리협약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비준일 것이다.

3. 장애인권리협약 이행과 관련된 국내 장애관련법의 제한점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을 직접 대상으로 만들어진 단독 법안이 상당수 존재 한다.4) 여기에 각 법률에 장애관련 조문까지 포함하면 천여 개의 관련 내용들이 있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 관련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존재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희생,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동참이 지금의 성과들을 이루어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문제는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으며 가장 교육받고 있지 못하고, 가장 빈곤하며 가장 소외되는 대표적인 집단으로 남아있다.

이는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아직도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증진하고 보호하는데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장애인권리협약이 제정되고 비준하면서 한국 또한 권리협약의 당사국이 되었다. 비준당사국은 비준 후 2년 안에 최초보고서를 제출하고 이후 매 4년마다 정례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어있다. 이는 협약의 비준당사국이 권리협약을 어느 정도 이행하고 있으며 또한 협약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어떤 이행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심의하여 각 당사국의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협약이행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협약은 일차적으로 각 당사국의 이행노력을 촉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한 국제법이다. 각 당사국이 협약이행을 위한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는 단지 정부당국의 의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해 정부의 의무와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은 물론,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와 실천노력을 이끌어내 전반적인 인권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법 중 장애관련 법들이 권리협약의 이행에 어떤 문제들이 있고 한계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은 그 중 가장 우선해야 할 사항이라 하겠다.

모든 법률 및 조항에 대한 검토는 추후의 과제로 남기고 우선 몇 몇 상징적 조항들에 대한 검토와 이의 보완을 위한 제안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선, 헌법 제34조 5항 “신체장애자 및 질병 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는 규정부터 수정해야 한다. 헌법에 유일하게 명시된 장애인이 생활능력이 없는 대표적인 사례로 부각하는 이 조항은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 취지 및 목적에 맞게 수정해야 하위 법들이 이에 걸맞는 법의 제정취지와 목적을 가질 수 있다.

장애인관련 법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법 또한 그 내용이 대폭 수정되어야한다. 현 장애인복지법은 제1조 목적에서 “이 법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라고 하여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 및 지자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규정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조항의 상당부분이 “노력하여야 한다, 할 수 있다” 등 임의조항이 많아 정부 및 지자체의 책임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지도 의무를 명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또한 “장애발생예방과 장애인의 의료•교육•직업재활•생활환경개선 등에 관한 사업을 정하여 장애인복지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며,” 라고 하여 보건복지 영역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삶 전반에 걸쳐있다. 특히, 장애발생 예방은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목적에 명시하고 있어 장애인의 복지 및 존엄성, 권리를 얘기하는 부분에 상충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또한 “장애인의 자립생활•보호 및 수당지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장애인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등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활동 참여 증진을 통하여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여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배제하고 분리하는 물리적, 비물리적 사회환경에 대해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언급이 없어 사회통합을 위한 장애인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정의에 있어서 장애인복지법 제2조 장애인의 정의 등 제1항에 의하면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라고 하여 장애인인권권리협약 전문 e)항5) 및 제1조 목적6)에서 밝히고 있는 정의와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2항7)에서도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를 따로 정의하고 이 중 하나에 해당하는 장애가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권리협약의 ‘장애’ 및 ‘장애인’의 정의와는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이의 개정이 필요하다. 장애와 장애인의 정의는 어떻게 장애와 장애인을 이해하는가, 이를 토대로 장애인관련 정책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항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제8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1항8)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차별방지, 권리구제 책임,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2항에서는9)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기술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존엄성과 권리보장을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들을 강조함으로써 차별금지법의 차별방지, 권리구제, 차별시정에 앞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선제적, 적극적 조치의 책임이 정부의 의무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권리침해 및 차별에 대한 구제 및 시정에 그 법률의 제정 목적이 있다면 장애인권리협약은 권리를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들의 이행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권리협약과 차별금지법은 상호보완적인 것이며 권리협약의 목적인 권리의 규정과 이의 보장을 명시하고, 중앙 및 지방정부의 의무를 분명하게 밝히는 국내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하겠다.

한편, 모자보건법 제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1항 1호에서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또한 동조 3항에서 제1항의 경우 본인의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장애인권리협약 전문 n)항10), 제10조11), 제17조12), 제23조13)와 정면으로 상충되는 대표적인 조항이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 스스로의 선택권, 생명권, 개인의 고유함(완전함), 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을 장애인의 권리로 선언하고 이를 보호하고 존중해야할 의무를 정부에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협약의 제정 취지 및 목적에 비추어 볼 때 대표적인 반장애인적 조항인 모자보건법14)조에 대한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민법 개정을 통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성년후견제도의 경우도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법 앞의 평등 조항과 상충되는 조항으로 법과 제도의 제․개정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권리협약의 제정 당시에도 논란이 되었던 내용으로 장애인의 법적권한과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것은 권리협약의 제정취지와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대리인제도보다는 장애인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법적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접근해야 한다는 협약의 제정취지에 비추어 볼 때 민법 개정을 통한 성년후견제도의 국내시행은 고려해야할 사항이라 하겠다.

요컨대, 장애인의 복지, 고용, 교육, 권리구제 및 차별금지 등을 규정한법과 제도들은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존재하는 많은법과 제도, 정책들이 권리협약의 제정취지와 목적에 잘 부합하고 있는가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간단하게 몇 가지 사례의 검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산재해 있는 장애 또는 장애인관련 법과 제도들은 보다 세밀하고 깊이 있는 검토를 통해 보완 및 개선 또는 새로운 대안의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그 중에서 먼저 우리가 고민하여야 할 부분은 장애인권리협약의 정신을 온전하게 담은 장애인기본법의 제정이다. 장애인기본법은 기존의 법들에 또 하나의 장애관련 법을 더하자는것이 아니라 권리협약의 제정취지와 목적에 맞추어 장애인의 권리와 이를 보장해야할 정부의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또한 장애관련 법 및 조항 간 상호 유기적인 보완을 통해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프레임을 갖추는 기본법으로서의 법이 필요하다 하겠다.

4. 일본 장애인정책관련 법의 최근동향

일본의 장애인정책관련 법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시작됐다. 전후 일본은 아동복지법(1947년), 신체장애인복지법(1949년), 정신보건및 정신장애인복지에 관한 법률(1950년), 지적 장애인복지법(1960년) 등을 제정했다. 이후 장애인기본법(1970년) 제정을 통해 ‘장애’에 대한 기본이념이 담긴 법률을 제정했으며, 최근 동향은 2013년 4월 시행 예정인 장애인종합지원법 제정과 관련된 움직임이다.

전후부터 시작된 일본의 장애인정책관련 법은 크게 4단계의 시기로 나눌수 있으며,첫번째는 전후부터 2003년까지, 두 번째는 2003년부터2006년까지, 세 번째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네 번째 시기는 2013년 4월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장애인정책관련 법의 시기별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조원일, 2007; 일본후생노동성 홈페이지).

첫째, 조치비(措置費)제도 시기(전후~2003년)로서, ‘조치비 제도’는 서비스 이용자, 제공자와의 자유로운 계약 관계를 인정하지 못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복지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또한 이 시기의 일본은 저속경제성장의 지속과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도래에 따른 복지효율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조류와도 부합되지 못했다. 그 결과 지원비 제도라는 새로운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게 됐다.

둘째, 지원비(支援費) 제도 시기(2003년~2006년)로서, ‘조치비 제도’와비교하여, ‘지원비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장애인과 서비스 제공자와의 자유로운 ‘계약’이었다. ‘지원비 제도’는 이용자와 지정사업자가 직접 계약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지정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원비 제도’는 종래의 ‘조치비 제도’하에서의 재활모델이념을 타파한 이념상의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에 따른 재원의 확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시행 후 3년이 못되어 결국 폐지됐다.

셋째, 장애인자립지원법 시기(2006~2012년)로서, 장애인자립지원법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응익(応益)부담14)제도인 바, 이 제도의 도입에 즈음한 장애관의 개념상 변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자립지원법 이전에 본인부담 방식은 소위 ‘응능(応能)’15)원칙은 복지서비스를 받는 모든 장애인을 생산적 복지의 적용 대상으로 일원화시켰다. 이는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대상을 조금이나마 경제적 생산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일부 장애인에게만 국한시킬 뿐만 아니라. 인권적 측면에서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장애인자립지원법은 경제적 차원과 피권력 계층으로서의 장애인이 처한 정치적 차원, 그리고 중증 중복화와다양화로 특징 지워지는 장애 고유의 특성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며,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 가고 있는 장애패러다임의 반영은 고사하고, 사회복지적 관점으로만 평가할 때조차 이념적‧실천적 후퇴를 가져왔다.

마지막은, 장애인종합지원법 시기(2013년 4월~)로서, ‘장애인 관련 법 제도의 전면 재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기이며 이와 관련하여 2009년 12월에 ‘장애인 제도개혁 추진 본부’가 설립됐고, 2010년 1월에 ‘장애인 제도개혁 추진 회의’가 발족되면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게 됐다. 일찍부터 일본 장애계는 ‘장애인자립지원법’의 ‘응익(応益)부담’ 문제로 인해 ‘장애인자립지원법’을 대체할 새로운 법안 제정의 필 요성을 인식해 오고 있었으며, ‘장애인 관련 법제도의 전면 재검토’ 작업의 실무회의 성격을 지닌 ‘장애인 제도개혁 추진 회의’에 장애인당사자를 대거 진입시키며(총 24명중 14명), 장애인당사자 중심으로 ‘장애인 제도개혁 추진 회의’를 구성했다. ‘장애인 제도개혁 추진 회의’는 5년 간을 개혁 기간(실질 3년간)으로 잡고 「늦어도 2013년 8월까지, ‘장애인 자립지원법’을 폐지해 새로운 종합적인 복지법제를 실시한다16)」는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종합적인 복지법제는 UN장애인권리협약, 자립지원법 소송 기본합의서 등을 기초하기로 했으며, 그 명칭은 ‘장애인종합지원법(장애인의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률)’으로 정했다. 또한 ‘장애인 제도개혁 추진회의’는, UN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기초로 ‘장애인 종합지원법’을 제정하기로 한 바 UN 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을 전제로 내걸었으며 장애인기본법, 장애인차별 금지법, 내용을 기초로 ‘장애인종합지원법’을 제정하기로 한 바 UN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을 전제로 내걸었으며 장애인기본법, 장애인차별 금지법, 장애인학대 방지법, 장애인종합복지법, 교육, 고용, 장애물 제거, 정보 액세스, 소득 보장 등 관련법에 명시된 ‘장애’의 표기(‘장애’의 정의)에 대한 검토도 예정하고 있다. ‘장애인 제도개혁 추진 회의’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대로 ‘장애인종합지원법’이 제정될 경우 ‘장애인종합지원법’은 UN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기초로 제정된 기본법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장애인 제도개혁 추진 회의’가 진행하고 있는 과정 특히 ‘장애인종합지원법’의 제정 방향은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즉, 장애패러다임을 ‘인권’으로 귀결시킨 UN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기초하고 있으며, ‘경제’가 아니라 ‘생활’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는 지금까지 ‘경제논리’에 입각하여 제공되던 복지서비스의 한계 즉, 예산에 종속될 수밖에 없던 문제를 넘어설 것이며, 무엇보다도 ‘장애’의 개념을 ‘인권’의 개념으로 전환시킴으로써 국가가 제공했던 각종 서비스를 ‘수혜적 복지’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정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Ⅲ. 장애인기본법의 제정 방향 및 주요내용

장애인기본법의 제정에 대한 논의는 그 동안 국내 장애인관련 법을 통해서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완전한 실현을 담보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즉,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등 기존의 법률을 통해서는 장애의 문제를 인권관점에서 조망 및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동 법에 대한 제정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장애인기본법의 기본적인 제정 방향 및 주요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제정방향

장애인기본법을 제정함에 있어서 다음의 사항들을 기본적으로 추구함을 고려한다. 첫째, 장애문제의 인권관점에서의 접근, 둘째, 국가의 책무성 강조, 셋째, 기존 장애관련 법률들의 상호 유기적인 조정 및 통합, 넷째, 장애문제 해결에 대한 무차별적・포괄적 접근, 다섯째, 장애인당사자주의의 구현이다.

1) 장애문제의 인권관점에서의 접근

장애인기본법은 장애문제를 인권관점에서 접근하여, 이를 통해 장애인권리협약의 완전한 실현을 구현하고자 한다. 권리협약 1조(목적)에 의하면, “본 협약은 모든 장애인의 모든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의 온전하고 동등한 향유를 증진, 보호 및 보장하고, 장애인의 천부적 존엄성 존중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권리협약은 그동안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의 고유한 천부인권조차도 부정 및 박탈당해왔던 장애인의 인권을 장애인당사자에게 되돌려 줄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장애인기본법도 권리협약의 연장선상에서 장애문제를 인권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장애문제를 인권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은 신체적․정신적 손상(impairment)을 지닌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다름(difference)을 인정하고 그 다름으로 인해 비장애인에게는 불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장애인의 권리적 차원에서 마땅히 보장해줌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삶의 제반 영역에서의 사회적 지원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며, 국가는 사회적 지원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즉, 더 이상 장애인이 기존 우리사회에서 각종 사회적 지원에 대한 동정적, 시혜적 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 사회적 지원을 당당히 요구하고 누릴 권한이 있는 권리의 주체로 승격되었다는 것이다.

2) 국가의 책무성 강조

장애인기본법이 장애문제를 인권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해 풀어야 할 선결과제는 국가의 고도의 책무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권리협약 4조(일반의무) 1항에 의하면, “당사국 정부는 모든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없이, 모든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온전한 실현을 증진, 보장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동조 (a)항에 의하면, “본 협약에서 인지한 권리의 이행을 위해 모든 적합한 법적, 행정적 조치 및 기타 조치를 채택할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즉, 국가는 권리협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법적, 행․재정적 및 기타 모든 조치를 수반해야 하며, 그 조치의 핵심은 바로 장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마련임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우리는 지원비제도에서 장애인자립지원법으로 전개되었던 일본장애인정책의 변화를 통해 재원마련이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 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장애인기본법은 일본의 경험을 귀중한 거울로 삼아 ‘재원 확보’라는 국가의 책무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의 책무성엔 비단 재정확보와 관련된 측면뿐만 아니라, 재정지원방식과 강제력 있는 전달체계의 신설도 포함된다. 자세한 내용은 후절에서 살펴볼 장애인기본법의 주요내용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3) 기존 장애관련 법률들의 상호 유기적인 조정 및 통합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국내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독 법률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리고 현재로서 이들 법률들이 유기적인 조정 및 통합의 역할을 하는 장애관련 일반법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법률은 단연 장애인복지법임에 틀림없다. 법률적으로 일반법이란 법의 효력이 특별한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반법은 개별 법률을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헌법의 하위규범이면서 법률의 상위규범으로서의 의의 및 개별 법률들 간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연계성을 담보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애인복지법은 전혀 이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존 장애인복지법은 인권관점에서의 법률이 아니라, 수혜적 복지관점에서의 법률이기 때문에 장애인권리협약의 이념과 목적을 구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존의 다른 법률들을 유기적으로 조정 및 통합하는 역할 또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장애인복지법은 명문화된 조항으로 장애인관련 법률의 일반법으로서의 성격규정 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장애인기본법은 국내의 장애관련 법률들을 기본적으로 인권관점에서 조정 및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4) 장애문제 해결에 대한 무차별적•포괄적 접근

장애인기본법은 다양한 장애문제 해결을 위해 무차별적․포괄적 접근을 취해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무차별적이란 장애로 인해 차별받는 장애집단 내에 이중(double) 또는 다중 차별(multi-discrimination)을 받는 장애아동, 장애여성,발달 장애인도 다른 장애집단 또는 비장애인이 누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똑같이 무차별적으로 향유해야 함을 의미한다. 권리협약 제5조(평등과 비차별) 1항에 의하면, “당사국 정부는 모든 장애인이 법 앞에 평등하며,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법에서 명시하는 보호와 혜택을 평등하게 누릴 자격이 있다는 점을 인지한다”라고 명시하고, 제6조에서는 ‘장애여성’을, 제7조에서는 ‘장애아동’의 인권보호를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기본법은 이와 같은 이중 또는 다중차별 집단이 직면하는 장애문제에 대한 무차별적 접근을 취해야 할 것이다.

한편, 장애문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란 장애인이 비장애인 주류 사회에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삶의 문제영역을 총망라하여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리협약 조문에는 접근성, 생명권, 위험상황 및 인도주의적 비상사태, 법 앞의 평등, 사법 접근성, 고문 혹은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거나 모욕적인 처우 또는 처벌로부터의 자유, 착취,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자유, 인간의 고유성 보호, 이주 및 국적의 자유, 자립적인 생활과 지역사회 참여, 개인의 이동, 의사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성, 사생활 존중, 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 교육, 건강, 재활, 노동과 고용, 적절한 생활수준 및 사회보호, 정치적, 공적 삶에 참여, 문화생활, 오락, 여가 및 스포츠 등 삶에 제반 영역에서 장애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그리고 국가가 반드시 보호 및 보장해야 할 권리들이 명시되어 있다. 이는 모든 법의 최고의 상위규범인 헌법과 같은 규모와 정도의 포괄성으로, 장애인기본법도 이처럼 장애인이 비장애인 주류 사회에 살아가면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장애문제를 모두 포괄해야 할 것이다.

5) 장애인 당사자주의의 구현

장애인권리협약의 기본정신은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우리 없이 우리와 관련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임에 틀림없으며, 권리협약 전문(o)항에 의하면, “장애인이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을 비롯한 여러 정책 및 프로그램에 대한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며”라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권리협약은 장애인당사자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당사자주의란 장애인이야말로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또한 본인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또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애정책의 결정과정에 반드시 장애인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기본법 또한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기본법이 장애인당사자주의를 구현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동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당사자의 전적인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일본의 장애인종합지원법 제정과정에서 좋은 선례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종합 지원법 제정과정에서 ‘장애인 제도개혁 추진 회의’에 장애인당사자를 총 24명중 14명으로 대거 진입시킴으로써 법제정과정에서 장애인당사자주의를 구현시켰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의 경우도 장애인기본법 제정과정에서 일본처럼 장애인당사자의 대거 진입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장애인기본법의 내용 중 정책의 입안 및 결정에 있어서의 이해당사자의 체계적인 참여보장 및 국가의 중요한 장애관련 기본정책기구에의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보장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2. 주요내용

장애인기본법이 권리협약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각 장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총칙

장애인기본법 제1장 총칙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에는 장애인기본법의 목적, 기본이념, 장애와 장애인의 정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다른 법률과의 관계이다. 우선 장애인기본법의 목적을 권리협약 목적의 연장선상에서 “모든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사회적 지원을 인권적 관점에서 제공함으로써 모든 장애인이 인간으로서의 동등한 사회적 권리를 누리도록 하기 위함이다”로 규정하고자 한다.

둘째, 장애인기본법의 기본이념은 다음과 같다. ① 장애인기본법의 기본이념은 모든 장애인의 인간의 존엄성 회복이다. ② 장애인이 직면하는 삶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인권관점에서 접근한다. ③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손상된 존엄성을 회복시킬 책임을 가지고 있다. ④ 장애문제 해결에 있어서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구현한다.

셋째, 장애인기본법에서 정의하는 장애와 장애인은 권리협약 장애인 정의의 연장선상에서, “장애란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지닌 자에게 주어지는 사회적•환경적제약을의미하며, 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지닌 자로서 이와 같은 사회적・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서 차별, 불리함, 제약 등을 받는 자를 의미한다.”로 규정한다.

넷째, 장애인기본법에서 명시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권리협약 일반의무의 연장선상에서,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모든 인권을 보호 및 보장할 책임을 진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아동, 장애여성 및 발달장애인의 인권보호 및 보장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③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고 이를 실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다섯째, 장애인기본법에서 명시하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는 “장애인의 인권증진에 관한 다른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경우에는 이 법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로 규정하고자 한다. 따라서 장애인기본법이 장애관련 최상위의 일반법으로서의 성격을 지님에 따라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등 장애관련 법률들은 장애문제에 대한 관점, 장애인의 정의 등에 대해 불가피하게 개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뿐만 아니라 추후 각 개별 법률의 제・개정 시 장애인기본법의 목적, 기본이념, 장애 및 장애인 정의 등에 내용적 구속을 받을 것이다.

2) 장애인기본정책 계획

장애인기본법에서는 우선적으로 우리나라 장애인기본정책 계획에 대한 주요 사항에 대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장애인기본정책이란 장애인기본법의 목적, 즉 장애인의 인권증진 및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3년마다 수립•시행하는 계획으로, 장애인당사자주의에 의거하여 이와 같은 장애인기본정책 계획의 기획, 조정, 집행 및 평가 등의 과정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장애인기본정책 계획에 대한 집행기구에 장애인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며, 이 경우 장애유형 및 장애정도 그리고 성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장애인기본정책 계획에는 권리협약의 내용을 토대로 다음 각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① 장애인의 교육에 관한 사항
② 장애인의 노동 및 고용에 관한 사항
③ 장애인의 소득에 관한 사항
④ 장애인의 주거에 관한 사항
⑤ 장애인의 사회참여에 관한 사항
⑥ 장애인의 건강 및 생명에 관한 사항
⑦ 장애인의 학대 및 부당한 대우에 관한 사항
⑧ 장애인 여가 및 문화에 관한 사항
⑨ 장애인의 복지에 관한 사항
⑩ 그 밖에 장애인의 인권증진을 위해 필요한 사항

다음으로, 장애인기본법에 장애인기본정책 조정위원회 설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할필요가 있다. 즉, 상기의 장애인기본정책을 수립하고 관계부처 간의 의견을 조정하며 그 정책의 이행을 감독•평가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 하에 강제력 있는 상설 기구로서 장애인기본정책 조정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관계 부처의 의견을 조정한 사례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비상설 기구로서 현실적으로 그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기본법에서는 그 정책기구를 격상시켜 대통령 산하 상설자문기구로 장애인기본정책 조정위원회를 설치하여, 그 권한의 강제력을 상향시킬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와같은 장애인기본정책 조정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심의•조정한다. 그리고 장애인기본정책 조정위원회는 다음의 사항들을 미리 검토하고 관계 기관 사이의 협조사항을 정리하기 위해 위원회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장애인기본정책 조정실무위원회를 둔다.

① 장애인기본정책의 기본방향에 관한 사항
② 장애인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조정에 관한 사항
③ 장애인 교육정책의 조정에 관한 사항
④ 장애인 노동 및 고용촉진정책의 조정에 관한 사항
⑤ 장애인 소득보장정책의 조정에 관한 사항
⑥ 장애인 주거보장정책의 조정에 관한 사항
⑦ 장애인 사회참여 및 이동보장 정책조정에 관한 사항
⑧ 장애인 자립생활 구현을 위한 정책조정에 관한 사항
⑨ 장애인 건강 및 생명권 보장 정책조정에 관한 사항
⑩ 장애인 학대 및 부당한 대우로부터 보호정책 조정에 관한 사항
⑪ 장애인 여가 및 문화 보장정책 조정에 관한 사항
⑫ 장애인기본정책 추진과 관련한 재원조달에 관한 사항
⑬ 장애인기본정책 추진과 관련하여 관련 부처의 협조에 관한 사항
⑭ 그 밖에 장애인기본정책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마지막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소관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과정에서 그 정책이 장애인의 인권증진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평가하는 것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사항임을 명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애 인지적 예산제도의 실행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사항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다. 성인지 예산이 여성만을 위한 예산 편성이 아니라 양성평등이라는 목적을 가진 예산제도인 것처럼, 장애인지적 예산 또한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편성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을 추구함으로써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예산제도이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적절한 예산분배가 없이는 인권적인 차원에서의 장애인의 사회통합은 실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가예산 제도를 통해서는 적절한 예산 분배를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김동기, 2008).

현실에서 장애인지적 예산제도는 국내 및 국제적으로 매우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장애인지예산제도에 대한 관심과 본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1년 교육․사회․문화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이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동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동 제도의 도입의지에 대해 질의했고, 이에 대해 김총리는 동 제도의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4월 ’장애인 희망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13년에 장애인지예산제도를 시범 도입한다고 공표하였다.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는 지난 8월 초 15개 아태지역 장애인 단체 대표들이 아태지역 유엔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인천전략 최종합의안을 통과시켰는데, 한국 측의 강한 주장으로 접근성의 목적에 대한 증진지표로서 장애인지예산제도를 장애통계의 핵심지표로 추가시켰다. 이처럼 장애인지예산제도는 곧 머지않아 성인지 예산제도처럼 제도권 안에 ‘부문인지예산제도’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을 기세다(김동기, 2012). 따라서 장애인기본법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을 추구함에 있어 핵심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 장애인지적 예산제도의 도입을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3) 장애인기본정책의 기본시책

장애인기본정책의 기본시책에는 장애인의 복지, 장애인의 교육, 장애인의 노동과 고용, 장애인의 소득, 장애인의 주거, 장애인의 사회참여, 장애인의 건강 및 생명, 장애인 학대 및 부당한 대우, 장애인의 여가 및 문화, 그 밖에 장애인의 인권증진 관련 사항에 대한 기본적인 시책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기본적인 시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장애관련 해당 개별 법률에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장애인의 복지에 대한 세부내용은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의 교육에 대한 세부내용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다뤄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해당 개별 법률에서 자세하게 규정될 기본시책들에 대한 큰 그림을 장애인기본법에서 별도로 규정하는 것은 장애인기본법과 하위 법률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기본정책의 기본시책에서 함께 다루어져야 하는 내용은 개인별예산제도의 도입이다. 즉, 장애인기본법은 장애인당사자주의를 지향하는 법률로서 이는 권리협약과 지향하는 바가 같다. 따라서 장애인당사자주의를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재정지원방식 또한 개인별 예산제도이기 때문에, 반드시 장애인기본법에서 이의 도입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지역사회서비스 자금지원방식은 자금을 정부가 장애인이 아닌 서비스제공자 또는 케어제공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총액자금지원(BF: Block Funding)이라고 부른다. BF는 서비스공급자중심이다. 장애인이 누구로부터 서비스를 받고,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받을 것인가에 있어서 장애인에게 많은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개인별예산제도는 장애인에게 돈을 직접적으로 지급하는 소비자중심 자원전달체계를 채택한다. 장애인은 IF(Individualized Funding)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케어를 자신이 선택한 서비스제공자에게서 받을 수 있고 그 대가도 자기가 지불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인별 자금지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로는 영국, 독일 및 캐나다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장애인기본법에서 장애인당사자주의의 진정한 구현을 위해 개인별예산 제도의 도입을 명문화해야 할 것이다.

4) 장애인 인권기금

마지막으로, 장애인기본법의 기본 정책 및 시책을 실행함에 있어서 소요되는 재원마련을 위해 장애인인권 기금의 설치를 명시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인권기금이 사전적으로 설치 및 적립될 때, 지속가능하면서도 신속하게 장애인의 인권증진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장애인인권증진의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가 바로 재원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금마련은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또한 더 나아가 중앙정부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각 시도의 장애인인권기금 설치 및 운영을 명시하여, 각 지방정부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좀 더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에 민감한 정책을 수립 및 집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각 시․도별 장애인인권기금이 마련되어야 각 시도별 발생할 수도 있는 장애인기본정책 격차 또한 사전에 일정부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장애인기본법의 주요 내용에 대한 구성을 정리하면 다음의 <표 1>과 같다.

Ⅳ. 결론 및 제언: 장애인기본법과 국내 장애관련법의 관계성 및 개정방향

지금까지 장애인기본법의 제정방향 및 주요내용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장애인기본법과 기존 국내 장애관련법의 관계 및 향후 동 법률들의 개정방향일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기존에 장애관련 일반법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온 장애인복지법과의 관계성 및 개정방향임에 틀림없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일반법은 법의 효력이 특별한 제한 없이 일반으로 적용되는 법률로서, 헌법의 하위규범이자 다른 관련법의 상위규범으로서의 의의 및 개별 법률들 간의 전체적인 통일성과 연계성을 담보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그 동안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온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인권증진 및 권리협약의 완전한 이행 측면에서 제한점이 많았던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서는 인권관점의 입법이 필요하며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장애인기본법의 제정이다. 따라서 향후 장애인기본법이 장애인 관련 최고의 일반법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제정되어야 할 것이며,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제한된 영역에 대한 입법만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즉, 장애인기본정책과 관련된 큰 틀에서의 기본방향, 기본정책 등의 내용은 장애인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이와 관련된 정책 중 복지정책에 대해서만 장애인복지법에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장애인기본법에 명시되어야 할 내용이 기존 장애인복지법에 규정된 사항들, 예를 들면 장애인기본정책 계획, 장애인기본정책 조정위원회 등의 사항들을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기본법으로 근거 법률을 이관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존하는 장애관련 다른 기존법률들 또한 장애인기본법의 목적및 이념에 맞게 법의 내용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장애인기본법이 인권관점에서 장애문제를 접근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수혜적․동정적 차원의 내용을 담고 있는 법률들은 모두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기존에 대부분의 법률들이 국가 및 지방정부의 예산을 고려하여, 장애인의 욕구를 충족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공하는 정책 및 사업의 실행을 “…할 수 있다” 등의 재량행위로 규정해 놓은 것들이 상당수인데, 향후 이와 같은 재량규정들이 “…해야 한다”와 같은 강행규정들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장애인기본법은 장애문제를 인권관점에서 접근하므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논리에 장애인의 인권이 예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권관점이면서 국가의 책무성을 강조하는 장애인기본법의 기본적인 제정방향에 일치한다.

성경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말 그대로 새 술은 새로운 부대에 담아야 맛이 상하지도 않고 부대가 터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장애인기본법에 적용해 보면, 장애문제를 인권관점에서 해결하겠다는 새로운 시도는 새 부대인 장애인기본법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정책의 속도(speed)와 정책의 질(quality) 중 어느 것을 우선시할 것인 지에 대한 고려이다. 즉, 정책의 속도를 우선시하면 본 발표자들이 주장한 것과는 다르게 장애인복지법을 전면 개정하여 장애인기본법에 포함되어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장애인복지법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반면 정책의질을 우선시하면, 당연히 장애인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아마 정책의 질을 우선시해서 장애인기본법을 제정하려한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국가 및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과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하지만, 장애인기본법을 제정하는데 있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임엔 자명하다. 따라서 향후 양자의 선택의 기로에서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안은 어떤 것일지에 대해 장애인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입법의 제•개정 운동을 진행시켜나가면 될 것이다.


[주]
1) 협약 25조 건강 e)항 의료보험, 그리고 생명보험이 국내법에 의해 허용된 곳에서의 생명보험의 제공에 있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 2) 상법 732조(15세 미만자 등에 대한 계약의 금지)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
3) 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 당사국은 비준 후 2년 안에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으며 한국정부는 2011년 6월 장애인권리협약 첫번째 국가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첫 번째 국가보고서에 대한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심의는 2015년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한국정부의 2차 보고서는 2015년까지 제출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1차와 2차 보고서가 병합되어 심의될 가능성도 있다.
4) 장애인 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장애인연금법, 장애인 기업활동촉진법,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등이 있다.
5) 전문 e)”장애는 발전하는 개념이며,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태도 및 환경적인 장벽과 손상을 지닌 개인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야기된다는 것을 인정하며”
6) 장애인은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동등한 기초위에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
7) 장애인복지법 제2조(장애인의 정의 등) 2항) 이 법을 적용받는 장애인은 제1항에 따른 장애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애가 있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1.“신체적 장애”란 주요 외부 신체 기능의 장애, 내부기관의 장애 등을 말한다.
2.”정신적 장애”란 발달장애 또는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
8)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방지하고 차별받은 장애인 등의 권리를 구제할 책임이 있으며, 장애인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차별 시정에 대하여 적극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
9) ②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등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10) 장애인권리협약 전문 n) “장애인이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포함하여, 장애인 개인의 자율 및 자립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11) 장애인권리협약 제10조 생명권 “당사국은 모든 인간은 고유한 생명권을 부여받았음을 잭확인하고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장애인이 이러한 권리를 효과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12) 장애인권리협약 제17조 개인의 고유성 보호 “모든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고유성에 대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13) 장애인권리협약제23조 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 1 “당사국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다음을 보장하기 위하여 결혼, 가족, 부모의 신분 및 관계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14) 행정서비스의 이익을 받는 자는 그 이익의 양에 따라 조세를 부담하여야 된다는 것. 서비스 양의 증가에 따라 자부담의 증가를 뜻한다.
15) 소득(즉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액을 결정한다는 것으로, 통상 본인의 소득과 그 부양의무자의 전년도 소득세액 등에 의해 결정된다.
16) 정부와 소송단의 기본합의 문서(2010.1.7)에 명시된 내용이며, 여기서 ‘소송단’은 ‘자립지원법’의 ‘응익부담’에 대한 재판을 신청한 원고를 말한다.


참고문헌
김동기(2008). 사회통합관점에서 바라본 장애인지 예산제도 필요성에 관한 연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연구용역보고서.
김동기(2012). 장애인지예산제도 도입 논의를 위한 토론회. 2012년 제3차 장애인정책 토론회 자료집.
윤삼호(2007). 장애학개론.
장수호(2010). 장애복지 패러다임의 변화. 장애인활동보조인 교육자료집.
조원일(2007). “일본의 사회복지에 있어 장애인 자립 패러다임의 변천”, 일본연구논총, 26, 425-456.
조형석(2009). “장애인권리협약의 실효적 이행 : 현황과 과제” 한일 심포지엄자료집.
한국장애인재단(2012). WHO 세계장애보고서
한국DPI(2003). ‘장애인의 권리 및 존엄의 보장과 증진을 위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국제조약 국제초청강연’ 자료집
일본후생노동성 홈페이지. www.mhlw.go.jp



UP: 20131022 R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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